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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의 피는 따뜻했을까

202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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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각류 고르고사우루스가 다른 공룡을 잡아 먹는 모습.  다니엘 듀폴트 제공

수각류 고르고사우루스가 다른 공룡을 잡아 먹는 모습. 대니엘 듀폴트 제공


공룡 화석은 수천 년 전부터 발견됐지만, 1824년 영국 지리학자 윌리엄 버클랜드가 메갈로사우루스 화석을 분석한 논문을 ‘런던지질학회지’에 보고하면서 공식적으로 학계에 데뷔했다. 그 뒤 멸종한 거대한 파충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다른 종류의 화석에 대한 논문도 이어졌다. 1841년 영국 고생물학자 리처드 오언은 화석으로만 존재하는 이들 거대한 파충류 무리에 'dinosaur(공룡)'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무시무시하다는 뜻의 그리스어 'deinos'와 도마뱀을 뜻하는 'sauros'를 합친 신조어다. 

 


 

○ 150년 동안 냉혈동물로 여겨

 

공룡은 거대한 파충류의 한 무리이므로 현존 파충류처럼 냉혈동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50년 가까이 지난 1960년대 후반부터 몇몇 고생물학자들이 다른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현존 포유류나 조류처럼 공룡이 온혈동물이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새가 공룡의 후손 또는 공룡의 한 갈래(6600만 년 전 소행성 충돌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라는 학설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아이디어였다.

 

냉혈과 온혈은 일상어로 학술논문에서는 각각 외온성과 내온성이라는 용어를 쓴다. 체온을 올리는데 필요한 열을 햇빛 같은 외부에서 공급받아야만 하는 생리를 지니면 외온성 동물이고 이에 더해 몸 내부에서 열생성 반응으로 열을 만들어낼 수 있으면 내온성 동물이다. 

 

현존 파충류는 외온성 동물이고 조류는 내온성 동물이므로 1970년대 내내 공룡이 어디에 속하는지를 두고 논쟁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결론이 나지 않았고 이 상태가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물론 그사이 많은 연구가 있었고 저울의 추는 내온성 동물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예를 들어 2011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는 공룡 치아의 동위원소 비율을 분석해 체온을 추정한 논문이 실렸다. 이에 따르며 중생대 쥐라기에 살았던 거대한 용각류(브론토사우루스처럼 목이 긴 초식공룡)의 체온은 36~38도로 오늘날 포유류와 비슷한 것으로 나왔다. 이는 파충류에서 유추한 체온보다 5~12도 높은 범위이고(냉혈동물이라고 봤을 때) 조류에서 추정한 체온보다는 4~7도 낮은 값이다(온혈동물이라고 봤을 때). 따라서 당시 용각류는 커다란 덩치로 인해 체온이 지나치게 오르는 걸 막는 생리 메커니즘(실체는 모르지만)을 지닌 온혈동물이었다고 논문은 주장했다.

 

한편 2014년 ‘사이언스’에는 공룡이 냉혈도 온혈도 아닌 중온성동물이라는 타협안을 제시한 논문이 실려 화제가 됐다. 중온성을 이해하려면 변온성과 정온성에 대해 잠깐 언급해야 한다. 보통 외온성과 변온성을 혼용하고 내온성과 정온성을 동의어처럼 쓰고 있지만 엄밀하게 보면 좀 다르다. 

 

외온성과 내온성은 체내에서 열생성을 할 수 있냐 여부에 따라 나누는 개념이지만 변온성과 정온성은 체온을 유지하는 범위에 따라 나누는 개념이다. 대부분은 동의어처럼 써도 문제가 없지만 드물게 내온성이면서도 변온성인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다랑어(참치)나 가시두더지의 경우 몸 안에서 열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좁은 범위에서 체온을 유지하는 걸 고집하지는 않는다. 이런 동물을 중온성이라고 부른다. 정온 동물이 1~2도범위에서 체온을 유지한다면 이들은 때에 따라 차이가 10℃를 넘기도 한다.


연구자들은 공룡 21종을 포함한 척추동물 381종의 뼈를 분석했다. 뼈는 계절에 따른 성장 속도가 달라 나무의 나이테 같은 패턴이 보이는데, 외온성 동물에서 더 뚜렷하다. 몸무게와 뼈의 성장 속도에서 추정한 대사율을 그래프로 나타내자 공룡은 외온성과 내온성 사이인 중온성 동물과 같은 선상에 놓였다. 연구자들은 공룡이 번성하던 무렵 지구의 온도가 지금보다 높아 완전한 내온성 메커니즘을 갖출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중온성 동물로 봐도 2011년 논문의 용각류 체온이 36~38℃로 나온 걸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이다.

 

 

지난 2014년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공룡 뼈의 성장 패턴에서 대사율(metabolic rate)을 추정해 공룡이 다랑어처럼 중온성 동물이었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담은 논문이 실렸다. 중온성 동물의 대사율은 외온성 동물(ectotherms)과 내온성 동물(endotherms)의 중간이다. 사이언스 제공

지난 2014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는 공룡 뼈의 성장 패턴에서 대사율을 추정해 공룡이 다랑어처럼 중온성 동물이었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담은 논문이 실렸다. 중온성 동물의 대사율은 외온성 동물과 내온성 동물의 중간이다. 사이언스 제공


 

○ 내온성에서 외온성 진화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공룡의 체온에 대한 놀라운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초기 공룡은 내온성 동물이었고 진화 과정에서 일부 조반류가 외온성으로 바뀐 것으로 나온다. 이는 초기 공룡이 다른 파충류처럼 외온성이었고 진화 과정에서 용반류의 일부가 내온성 동물로 바뀌었다는 기존 가설과는 정반대인 결과다.

 

참고로 공룡은 골반의 형태에 따라 조류를 닮은 조반류와 도마뱀을 닮은 용반류로 나뉜다. 용반류는 다시 다리 형태에 따라 용각류와 수각류로 나뉘고 수각류에서 조류가 나왔다. 조류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골반의 형태가 바뀌며 우연히 조반류와 비슷해진 것이지 둘이 가까운 사이는 아니라는 말이다. 

 

미국 예일대가 주축이 된 공동연구자들은 화석에 남아있는 유기물을 분석해 얻은 대사율에서 체온 유지 시스템을 추측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호흡의 관점에서 대사율이란 단위 시간 단위 몸무게 당 소모한 산소의 양이다. 대사율이 높다는 건 그만큼 산소호흡을 많이 했다는 뜻이다. 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에서 영양분을 태워(산화) 에너지 분자(ATP)를 만들고 열을 발생시킨 것이다. 

 

세포호흡 과정에서는 활성산소가 나오기 마련이고 따라서 대사율이 높을수록 활성산소도 더 많이 나온다. 활성산소는 주변의 생체분자와 반응해 최종지질화산물(ALE)로 불리는 화합물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화석에 축적된 ALE의 양을 분석하면 당시 동물의 대사율을 알 수 있고 그 결과 체온 조절 방식을 추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현존생물 51종의 뼈를 분석해 기준을 마련한 뒤 공룡 성체 넙다리뼈(대퇴골) 시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중생대 트리아기에 살았던 초기 공룡과 이들의 후손 가운데 용반류는 모두 내온성 동물로 밝혀졌다. 이 가운데 일부는 에너지가 많이 드는 비행 능력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대사율이 더 높아졌고 그 결과 조류는 내온성 동물 가운데서도 체온이 꽤 높아졌다.


한편 트리아기에 공룡과 갈라진 익룡 역시 에너지가 많이 드는 비행 능력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대사율이 더 높아져 조류처럼 체온이 꽤 높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그런데 조반류 공룡의 진화 과정에서 일부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내온성 메커니즘을 잃어버렸고 그 결과 외온성 동물로 돌아갔다. 중생대 쥐라기에 번성한 스테고사우루스와 중생대 백악기에 살았던 트리케라톱스 같은 조반류 초식공룡이 이런 경우로 밝혀졌다.

 

대사율의 관점에서 외온성 동물과 내온성 동물의 차이는 꽤 크다. 후자의 경우 체온을 유지하려면 에너지 소모량이 엄청나 포유류는 같은 크기인 파충류의 열 배가 넘는다. 대신 늘 높은 체온을 유지하는 덕분에 활동성이 크고 지구력이 향상됐다. 또 추운 지역으로 서식지를 확대할 수도 있다. 내온성 공룡과 외온성 공룡 사이에서도 이 정도의 차이가 일어났을까. 그리고 일부 조반류가 외온성으로 돌아간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이번 연구 결과로 공룡이 중온성 동물이라는 2014년 논문은 치명상을 입었다. ALE 분석 결과 현존 중온성 동물의 값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6600만 년 전 공룡 대멸종에 대한 유력한 설명 가운데 하나 역시 치명타를 맞았다. 공룡 가운데 조류만이 내온성 동물이었고 그 결과 소행성 충돌로 인한 급격한 기후변화에서 포유류와 함께 살아남았다는 주장이다. 외온성 동물인 다른 공룡들은 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멸종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 따르면 당시 공룡 대부분은 내온성이었고 그럼에도 멸종한 것이다. 

 

이번 논문을 보며 문득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혼혈 논쟁이 떠올랐다. 둘 사이에 피가 섞였냐를 두고 고인류학계가 둘로 나뉘어 수십 년 동안 싸우다가 2010년 네안데르탈인의 게놈이 해독되면서 단번에 해결됐다(혼혈이 일어난 것으로). 이번 분석법이 게놈 데이터처럼 확실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일 그렇다면 50년 이상 끌어온 공룡 체온 메커니즘 논쟁을 끝낸 것이므로 연말에 ‘2022년 10대 과학성과’에 뽑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뼈 화석에 남아있는 활성산소 산화물을 분석한 결과 공룡(Dinosauria)과 익룡이 갈라지기 전 공통 조상인 오르니토디라(Ornithodira)는 내온성 동물이었고 용반류(Saurischia)도 모두 내온성 동물이었다. 한편 조반류(Ornithischia)의 일부는 외온성 동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선의 파란색이 짙을수록 대사율이 낮고 빨간색이 짙을수록 대사율이 높다. 분석한 시료에 따라 내온성은 노란 동그라미로 이차(내온성에서 진화) 외온성은 파란 동그라미로 표시했다. 네이처 제공

뼈 화석에 남아있는 활성산소 산화물을 분석한 결과 공룡과 익룡이 갈라지기 전 공통 조상인 오르니토디라는 내온성 동물이었고 용반류)도 모두 내온성 동물이었다. 한편 조반류의 일부는 외온성 동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선의 파란색이 짙을수록 대사율이 낮고 빨간색이 짙을수록 대사율이 높다. 분석한 시료에 따라 내온성은 노란 동그라미로 이차(내온성에서 진화) 외온성은 파란 동그라미로 표시했다. 네이처 제공



출처 :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54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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